*주의 : 해당 인터뷰는 게스트 130666의 인터뷰 영상이나 의사소통의 문제로 인해 대역이 등장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.
대역 : 노루
[안녕하십니까! 이 밤의 즐거움, 매일 만나는 새로운 얼굴, 그리고…… 친근한 당신의 사회자! 여러분은 지금, 심야 토크쇼를 시청하고 계십니다!]
[비록 현재 제 앞엔 아무도 없지만 말이지요. 오늘은 아쉽게도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. 내 친구에 대한 인터뷰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기도 하고, 중간에 끊기기도 했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답니다. 아, 즐겁군요. 기대가 됩니다. 내 친구는 이 브라운이 인정할 정도로 입담이 좋은데, 어디 오늘도 그 입담을 볼 수 있을지 볼까요?]
[자,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합니다. 아주 다재다능한 게스트입니다. 본인 스스로도 한계가 어디까지인 줄 모르죠! 벨트에 구속된 매혹적인 야수의 모습을 한 130666! 가 아니라, 그를 대신해서 인터뷰를 해줄 내 친구, 노루 씨를 모십니다!]
- 안녕하세요! 130666을 대신해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노루입니다. 잘 부탁드립니다!
[어서오십시오! 무대 아래나 뒤에서만 봤었는데 무대 위에서 보니 감흥이 색다르군요. 자, 이쪽으로 앉으시지요. 좋습니다, 좋아요…….]
[자, 우리 시작하기 전에 130666의 대역으로 나온 노루 씨가 130666에 대한 소개를 좀 해볼까요? 130666은 아주 매력적인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. 지금 대역으로 나온 노루 씨가 130666의 외형을 보여줄 순 없으니 짧게 자료 화면으로 시청자 분들께 보여드리겠습니다. 함께 보시죠!]
[벨트라! 구속이란 유구하게 성적인 매력으로 어필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요. 그렇게 본다면 130666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. 뼈로 조각한 것 같은 뿔과 은은하게 반짝거리는 노란 조명까지! 노란 빛은 가스등이 연상되는군요. 자, 이 매력적인 게스트를 우리 노루 씨가 대신 소개해줄 수 있습니까?]
- 네! 130666은 일종의 죄수 번호 입니다. 불행하게도 130666은 특정 사건 이후로 신체를 제어 할 수 없게 되었거든요. 130666의 주인이 계약을 제시했고, 그로 인해 구속복 같은 옷을 입게 되었답니다. 제어되지 않는 신체를 구속복으로 강제로 묶어두고, 계약 조건에 따라 재미도 없는 일을 반복했습니다.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요?
- 시간의 흐름도 알지 못한 채 시키는 일만 하던 130666은 곧 자신을 속박하는 계약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깨닫고 돌발 행동을 한 끝에 잃었던 이지를 찾고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. 아,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!
- 이지를 찾기 전의 130666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 친구는 그 지루한 모습까지 전부 지켜보며 기다려주었습니다. 정신을 차린 이후 만난 친구에게 어찌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? 130666은 그걸 해냅니다. 하하. 자신이 정신을 차린 후 바로 등장한 친구를 의심하지요……. 아, 비극적입니다! 하지만 결국 오해는 해결되고, 130666은 방송에 출연할 수 있을 정도까지 이지를 찾을 수 있었답니다. 그리고 그 130666의 대역으로 제가 선택되었습니다! 아, 즐겁군요.
[네, 저희 토크쇼에 오기 전까지의 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해주셨습니다. 벌써 재미있지 않습니까? 계약에 묶이게 된 강력한 존재라……. 그런 강력한 존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계약이 있다는 것이 놀랍지요. 130666은 아직 그 계약을 떨쳐내지 못했고, 그 상태로 지금 살아가고 있습니다. 대역을 쓰게 된 것도 그 계약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.]
[사실 저는 130666을 토크쇼에 초대 했었답니다. 이 브라운의 지인이기도 하고 말이지요. 아하하, 짧게 인터뷰도 지금과 비슷하게 했었지요. 하지만 여러 이유로 비 방송용이었기 때문에 지금 노루 씨를 섭외하게 되었습니다. 확실히 대화가 되니 인터뷰가 수월하군요.]
[맞습니다. 130666은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입니다. 라디오를 들으신 분도 있으시지요? 그때 말했던 좋은 친구가 바로 이 130666입니다. 제가 아끼는 친구이지요……. 하하, 사생활은 이쯤 해두기로 합시다! 이미 한 번 들어보셨으니 아시겠지만, 이번 게스트는 입담이 아주 좋거든요. 분명 즐거울 겁니다!]
[자, 그럼 우리 노루 씨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볼까요? 재미는 이 브라운이 장담합니다!]
-영광입니다, 사회자 님!
-친구를 만나기 전에 일이 있었죠. 아마 보셨겟지만……. 이지를 찾기 전에 조금 자극이 되었던 부분이 있었어요. 별 거 아닌 사건이었지만, 쳇바퀴 같던 생활을 깨뜨리는 일이었지요. 내내 텅 빈 복도를 순찰하는 게 반 년 정도? 일상이었거든요. 그 와중에 갑자기 일반인 같은 사람들이 등장한 거지요. 아, 그 놀라움이란!
-인간의 몸을 벗어난 지는 꽤 되었지만, 정신적으로는 스스로를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. 이 비정상적인 일상 속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일반인은…… 일상을 깨부수는 느낌이었습니다. 이런 옷에 구겨 넣어지기 전의…… 인간일 때의 감정을 되살리는 느낌?
-그렇기 때문에 참견을 하게 됐던 것 같네요. 인간이었을 때의 경험이 좀 기억났다고 해야 하나…… 그냥 보내면 다 죽을 거라고 생각했지요. 반 년간 지루한 일들을 깨부술 수 있는 타이밍이라 생각하기도 했고요. 그래서 따라서 나섰습니다. 13층을 벗어나지 말라는 알림이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울리기도 했습니다만, 더 이상 지루함을 견디기 어려웠어요!
[저도 130666의 재미 없는 일상을 관람했었지요. 아, 그 지루함이란! 조금 더 그 일상이 유지 되었더라면 채널을 돌렸을 것이라 이 브라운이 장담합니다. 하지만 그 지루함이 없었다면 그 후의 카타르시스가 없었겠지요? 130666의 반란은 아주 짜릿했습니다. 본인의 신체가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녹아내리면서도 층마다 구역을 점령하고 있는 괴이를 집어 삼키는 모습! 아, 정말이지 손에 땀을 쥐는 모습이었습니다.]
- 정신을 차리면서 스스로 뭘 할 수 있는 지 알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. 그래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나타난 허수아비를…… 연기로 덮어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. 어쨌든 모든 괴이들은……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무시무시한 모습이 되었다고 생각했거든요. 그럼 그 이야기를 힘으로 짓누른다면.
[아하, 그렇게 허수아비를 무력화 시켰다는 거군요! 아주 멋진 방법이었습니다. 이야기를 잃는다라! 제법 무서운 말입니다.]
[아, 말을 끊기 아쉬울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습니다. 그렇지만 광고도 없이 듣기만 한다면 이 긴장감도 덜해지겠지요? 아하하, 저도 광고주 분들에게 혼나기 전에 어서 쉬었다 가야겠습니다. 네! 광고 보고 오시죠!]
[오래 기다리셨습니다! 아, 광고가 길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. 하하!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셨을 관객 분들의 심정이 그렇다는 이야깁니다. 자, 그럼 130666의 대역, 노루 씨에게 뒷 이야기를 들어볼까요? 우리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지요?]
- 허수아비를 제압했던 이야기까지 했었습니다, 사회자 님!
[그럼 후엔 어떻게 됐습니까?]
- 연기로 덮어 이야기를 빼앗았습니다. 약한 것들이 본인들보다 약한 존재에게 힘을 행사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. 본인보다 강한 존재에게는 설설 기면서 약해 보인다면 어떻게든 업신여기려는 건…… 꼴 보기 싫잖아요? 그 힘을 부릴 수 없을 때까지 이야기를 뽑아냈어요. 다시는 그딴 식으로 행동할 수 없도록…….
-……그런데 제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? 어, 어어? 고작 허 수 아 비 를 없애겠다고 제가 그 런 힘을 썼어야 했다고요? 어어??
[아, 이런.]
~ 화면 조정 중 입니다 ~
[그리고 후에 어떤 일이 있었죠?]
-아, 아아……. 아? 네, 네에, 그 후에……. 그후에 ■■■을…….
[그렇지요, 저를 만났지요!]
-마, 맞아요. 사회자 님을 만났습니다. 정신을 차린 후에……. 네. 사회자 님이 말을 걸어주셨어요.
[어떤 상황이었지요?]
-아…… 지루한, 때가 아니었어요. 누군가가…… 이지를, 찾아주고…… ■■■가 나타났어요. 아, 그를 보는 순간 정말이지……!
지직거리는 테이프가 늘어지는 소리, 잡음이 잔뜩 낀 소리, 인터뷰 중인 노루의 목소리와 함께 엉망으로 엉키는 사회자의 목소리.
- ……깜짝 선물처럼 사회자 님이 등장 하셨어요!
- 아 정말이지, 놀랍고 감동적이지 않나요? 사내 괴롭힘에 가까운 과정들을 겪는 사이에 마치 왕자님 처럼 등장한 사회자 님!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죠. 저를 보고 계셨다니…… 너무 기뻐요! 재미 없으셨을 텐데 계속 봐주셨다는 건 제가 질릴 만큼 재미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겠지요? 아, 정말 다행입니다.
- 제가 사회자 님이 인사를 해왔는데도 몰랐다는 부분은 정말 부끄럽지만…… 나중에라도 알아차렸다는 부분이 중요하니까! 제가 알아차릴 때까지 말을 걸어주셨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. 그 사이에는 시간의 흐름도 모를 정도로 둔감했었거든요.
- 직전에 제 성향과는 다르게 일반인을 협박했었어요. 악인이어도 협박이란 수단 자체가 그리 좋지 않았는데, 사회, 아, 큼, 친구의 등장으로 다 잊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. 친구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.
- 으음, 서운하게 했던 부분들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. 저는 ■■이자 ■■■이 아니기도 하니까요. 지금 저에게 묻는다면, 당연히 죄송하다 생각합니다. 어떻게 몰라 볼 수가 있지? 하지만 다른 쪽은 당연히도 몰라 봤을 거예요.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니까 ……너그러운 마음으로 친구가 봐주는 쪽이 맞지 않을까요? 하하.
[아, 정말 재미있습니다. 이 브라운과의 시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것인 재밌지 않습니까? 똑같은 상황인데도 말입니다!]
- 같은 사건이라도 시점에 따라 다른 분위기가 나니까요. 브라운은 알고 있잖아?
까만 눈동자가 휘어져 웃는다. TV 머리의 사회자는 그런 대역을 내려다 보다 가볍게 웃으며 손을 내젓는다. 계속 하라는 의미.
- 내가 투정을 부렸음에도 친구는 잘 받아줬지요. 말도 안 되는 투정이었는데도 말이에요! 소중히 해야 할 친구예요.
[맞습니다. 그 정도로 성심성의껏 대해주는 친구는 대접도 잘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. 우리 노루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지요?]
- 당연히 사회자 님의 말이 맞습니다! 모른 척 하면 그게 문제지요!
노루 와 사회자의 분위기가 잠시 화기애애하다.
- 사실 ■■■이 오신게 너무 기뻤거든요. 티는 내지 못했지만……. 아예 ■이 바뀌게 되면서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거든요. 그런데 결국 반겨주었잖아요?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곘어요?
[아, 노루 씨.]
사회자가 팔을 뻗고, 130666의 대역으로 나온 노루가 사회자의 품에 안겨든다. 사회자의 손짓으로 카메라가 꺼진다. 다만, 녹음기가 꺼지진 않는다.
- 내가 너무 바보같았어. 브라운은 늘 나를 믿어 줬는데.
[이해 합니다. 당신은……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니까.]
- ……미안해.
[당신이 할 말은 아닙니다. 자 이제 헤어질 시간이군요. 사랑하는 나의 솔음 씨……. 또 보길.]
비명 소리와 테이프가 늘어지는 소리, 지글거리며 무엇인가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녹음 종료.